고 권이나씨 추모 침묵행진, 시애틀다운타운에서 열려

비오는 6월의 시애틀에서 ‘조용한 분노’는 용암처럼 뜨거웠다. 비라도 내리지 않았다면 분노의 화산은 폭발했을지도 모른다.

대낮 그것도 사람들이 붐비는 시간, 시애틀 도심에서 4발의 총알에 34살의 젊은 목숨과 태어나지도 못한 32주 아기가 숨진 비극적인 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17일 오전 11시에 300여명이 한 장소에 모였다.

한시간 전부터 모이기 시작한 사람들은 가져온 꽃을 보도블럭 사이에 메우는 사람도 있었다. 무슨 일인지 모르고 지나가다 추모 글을 읽고 그 자리에서 직접 행열에 참가하겠다고 기다리는 사람도 보였다. CVS약국 입구에서 추모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번 비극의 원인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많았다.

11시가 되자 이번 추모시위를 조직하고 스스로 한국계라고 밝힌 ‘수잔나 카일만’은 아무런 말도 하지않는 1분의 ‘침묵의 시간’을 갖자고 제안했다.

모인 300명의 사람들은 조의를 표하기 위해 빗속에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그 인파는 한 블록 이상 길게 이어져 나갔다. 순찰차와 자전거를 탄 경찰관들은 차량 통행을 통제하면서 추모 시위대의 앞과 뒤를 따랐다. 아무런 구호도 외치지 않았다. 북소리만 들리는 행진 속에 사람들은 피켓을 들고 조용히 앞 사람을 따랐다.

참사가 일어난 장소에서 피해자가 운영하는 식당까지는 걸어서 15분 거리 이내였다. 식당앞에 도착한 사람들은 가져온 꽃들을 문앞에 놓고 닫힌 가게 안을 들여다 보며 우는 사람도 보였다. 어린 한인 소녀도 있다. 군중과 떨어진 곳에서 슬픈 트렘펫 소리가 들렸다. 끊어질듯 이어지는 연주에 사람들은 돌아서서 눈문을 닦기도 했다.

추모행진 동안 근처에서 비를 맞으며 지켜보던 시애틀 경찰국장 ‘에드리안 디아즈’는 시민들에게 둘러쌓여 앞으로 시애틀 안전에 대한 질문들을 듣고 답하기도 했다.
이번 추모행진을 조직한 ‘수잔나 카일만’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할머니 (북한 고향), 엄마와 함께 미국에 이민와 그들이 이민자로써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알고 있다. 다음 세대 (자식)들을 위한 그들의 희생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고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꺼내면서 ” 아무런 잘못 없는 한 여인이 뱃속의 아이와 함께 생명을 잃은 이번 사태 얼마나 끔찍한가? 용서받지 못할 범죄를 지켜보며 미국 드림을 꿈꾸는 모든 이들은 크게 실망했고 좌절했다”며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이번 피해자는 아시안 여성, 한국인이었다. 그러나 그 전에 인간이었음을 잊지 말자. 모든 이들이 법의 보호를 받을 때, 바로 그 때 우리는 모든 이들이 평등을 누린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며 ” 한 이민자, 세상에 태어나지 못한 채 생을 마친 그 아이에게 우리가 빚진 것이다” 고 이번 행진의 슬픈 의미를 설명했다.

파이크플레이스에서 업소를 운영하는 한인 업체 주인과 함께 추모행렬에 참여한 워싱턴주  한인 상공회의소 ‘박용국 회장’은 “살기좋았던 시애틀에 이런 비극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반복된다면 사람들은 이 곳에 더이상 오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비극을 계기로 다시 안전해진 시애틀을 기대해 본다고 했다.

이 날 집회에는 시애틀 타임즈ㆍ킹5ㆍ코모뉴스ㆍ카이로7ㆍ나우뉴스@10등 주류 언론들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씨택시 ‘피터 권’ 부시장,이승영 대한부인회 사무총장, 박용국 워싱턴주 한인상공회소 회장, 류성현 시애틀늘푸른연대 이사장, 박성계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시애틀 대표 등이 함께 했다.

출처 : 시애틀코리안데일리(http://www.seattlek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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