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주기 추모문화제, 시애틀에서 뜻깊은 행사 개최

역동적인 공연과 진솔한 메시지로 채워진 세월호 10주기 추모 행사

치유와 예술로 채운 세월호 10주기 추모문화제, 시애틀에서 뜻깊은 행사 개최

벌써 10년이 지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시애틀 지역 한인들이 주최한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문화제’가 어번 고등학교 리버사이드 극장에서 개최되었다.

이날 행사는 화창한 봄 날씨 속에서 한인회 및 언론단체들의 후원을 받아 150명 이상의 참석자들과 함께 모여 진행되었다.

이번 추모문화제는 이전의 엄숙한 추모식 형태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 공연들로 구성되어 새로운 형식의 문화제 행사로 자리잡았다. 공연은 안무, 성악, 시낭송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참사의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켰으며, 참석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이번 문화제를 준비한 ‘시애틀 늘푸른연대’ 관계자는 “슬픔과 아픔, 절망으로 시작된 우리의 4월을 치유와 희망의 단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실험적인 전환점으로 기획했다”고 전하며, “이번 10주기 추모문화제는 과거를 기억하면서도 미래로 한 발 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날 문화제에서 사회자로 나선 박성계씨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그날의 진실과 이루어지지 않은 책임자 처벌 때문에 지금까지도 우리의 마음은 너무나 무겁다.”면서 “비록 아픔의 무게가 버겁기는 하지만 오늘 하루, 가족과 친구를 떠난 희생자들과 남겨진 유가족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모아 추모의 시간을 가진다.”며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첫 무대는 시애틀 지역에서 종합 예술가로 활동하는 설미영 무용단(Miyoung Margolis Dance Collective,MMDC)이 ‘Wind of Fate’ 작품을 선보였다. 설미영씨가 직접 준비한 세월호 참사 단원고 학생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휴대폰에 녹음된 절규하는 목소리와 동영상은 참석자 모두를 울리기에 충분했다.

설미영씨는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2020년 시애틀 국제 무용제와 2021년 한국 국제 2인무 안무가로 선정되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이 창설한 ‘오작 댄스 페스티벌’을 매년 주최하고 있으며, 이 행사는 올해로 3번째를 맞이한다. 오는 11월 16일과 17일에 브로드웨이 퍼포먼스 홀에서 시애틀 총영사관의 후원을 받아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작품은 희생된 아름다운 어린 영혼들을 기리며, 못다 핀 꽃봉오리를 하나하나 가슴으로 안고 달래고자 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이 비극과 아픔을 기억하고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임을 전하고 싶다고 한다.

두번째 무대는 시애틀 지역에서 한국 전통 무용을 선보이고 있는 ‘모라도 무용단’이 맡았다. 모라도전통무용단 김민수씨는 “떠나간 아이들을 기억하고 남은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한국 전통 안무인 ‘동초수건’을 준비했다. 그녀는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스카프를 통해 앞으로 비슷한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모라도 무용단이 선보인 두번째 작품은 역동적인 북소리와 움직임을 표현한 ‘진도북춤’이다. 북채를 잡은 손에 힘을 실어 북소리에 위로의 마음을 담아 구름 너머에서 손 마주잡고 덩실덩실 춤추며 이젠 편하게 쉬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한다.

자식 잃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들을 북소리에 담아 힘차게 멀리멀리 아이들에게 전달되길 원하는 듯 했다.

동포사회에서 활발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테너 박상영씨는 ‘목련화’ 와 프란츠 레하르의 오페레타 ‘미소에 나라, Das Land des Lächelns’에 나오는 ‘그대는 나의 모든것’를 불러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한 박상영씨는 국립합창단, 수원 시립합창단을 거쳐 현재는 페더럴웨이 선교교회에서 지휘를 맡고 있다.

바리톤 이성주씨가 선보인 최진 작곡의 ‘시간에 기대어’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듯 감동적인 가사 내용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깊은 감동의 리퀴엄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잃어버린 생명들을 향한 애도의 멜로디로 변했다. 이성주씨는 무대 위에서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깊은 상실감을 예술적으로 변환하여 그림자와 빛이 공존하는 음악적 풍경을 조성했다.

소프라노 신연경씨의 이번 공연은 소프라노가 단순히 아름다운 음악을 부르는 것을 넘어서 감정의 깊이를 전달하고 공유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고음은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무대 위의 모든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희생자들을 기리고,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과 생각할 거리를 제공했다. 이러한 공연은 음악의 힘이 단순한 엔터테이먼트를 넘어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공동체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데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내 영혼 바람되어’는 섬세하고 애절한 멜로디가 특징인 곡으로, 신연경씨는 그녀의 리릭 소프라노 음색을 통해 희생자들의 영혼이 자유롭게 바람이 되어 세상 곳곳을 어루만진다는 은유를 깊이 있게 전달했다. 공연 중 그녀의 목소리는 하늘을 향해 부드럽게 울려퍼지며, 관객들에게 슬픔을 넘어서는 평화와 위로의 메시지를 선사했다.

반면, ‘신 아리랑’은 더 강렬하고 열정적인 곡으로, 이 노래에서 신연경씨는 드라마틱 소프라노의 힘과 범위를 활용하여 한국인의 아픔과 회복의 정신을 불러일으켰다

한인문인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성교시인은 세월호 자작 추모시 ‘나를 흔들어 일으킨 10년’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발표해 관중들의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번 행사에는 세월호 유가족협의회에서 보낸 영상 메시지도 상영되었다. 메시지에는 “너희 없는 봄이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이제는 조금씩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너희가 다시 돌아올 것을 알기에…” 라며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추모문화제는 참석자 모두가 ‘잊지 않을게’라는 노래를 합창하며 마무리됐다. 이 날의 행사는 과거의 아픔을 넘어서 희망을 기약하며, 참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이번 행사는 모든 참여자들의 무료 봉사로 이루어졌다. 시애틀 늘푸른 연대가 주최하고 ▲총감독 이구 ▲무대감독 나기봉 ▲조명감독 송명수 ▲영상감독 김종박 ▲사진감독 조명현 ▲피아노 임반석 등이 보이지 않는 수고를 자청했다.

특히 행사 전반의 모습을 생생히 기록해 준 포토아이모션(Photoimotion)은 서북미 시애틀 지역을 기반으로 한 미주 한인 사진동호인들의 모임으로 2008년 시작해서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서북미지역과 미국 곳곳에 숨어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는 풍경사진부터 공연사진, 인물사진까지 다양한 분야의 사진들을 출사 및 번개 모임을 통해 사진도 배우고, 친목도 다지는 모임이다.

출처 : 시애틀코리안데일리(http://www.seattlek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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