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통 사무처장 자리가 공석이 된 지 6개월째다. 석동현 사무처장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공석이 됐다.
민주평통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역대 사무처장 26명의 사진과 이름이 나온다. 이름 아래에는 재직한 기간도 적혀 있다. 제26대 석동현 사무처장이 재직한 것은 지난 1월 10일까지다.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정무직인 ‘어공’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아래 차장부터는 ‘늘공’이다.
사무처장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뜻에 따라 대통령의 국정철학, 통일정책을 민주평통에 반영한다. 사무처 직원들은 그 지시를 받아 운영위원회와 각 지역 협의회들에 연락하고, 통일강연회, 통일 골든벨 등 다양한 행사들을 집행한다.
민주평통은 그간 사무처장이 누구이냐에 따라 출렁거려왔다. 사무처장이라기보다는 대통령에 따라 활동 목표와 방향이 바뀌어왔다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지난해 9월 출범한 제21기 민주평통은 북한인권개선, 자유민주주의 통일담론 선도, 민간통일공공외교 활성화, 세계시민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구현 노력, 자유민주적 평화통일 준비 지원 등의 목표를 세웠다. 이 같은 21기 민주평통 정책 구현에 앞장서는 사람이 사무처장이다.
사무처 직원들은 입장이 다르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그에 맞게 움직인다. 보수정부이면 우회전, 진보정부이면 좌회전한다. 지난 정부 때는 북한과의 정전협정 체결을 위한 공공외교에도 힘을 모았다. 외국의 의회 등에 요청해 북한과의 정전협정 지지의견를 받아내려고 애썼다. 지금의 윤석열 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정책방향이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평통 사무처장을 과연 6개월이나 공석으로 두고 있는 게 바람직할까? 사무처장이 공석이다 보니 사무처장 비서실도 6개월째 손 놓고 쉬고 있다. 사무처장이 없는데 비서실이 해야 할 일이 있을 리 없다.
사무처장이 없다 보니 사무처에서 도덕적 해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해외협의회에서 일어나는 불합리한 일이 사무처에 보고되어도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는다. 결정권자의 부재 탓이다.
심지어 협의회장의 문제를 평통 사무처에 알리면, 곧바로 이 내용이 문제의 협의회장한테 전달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협의회장에 관한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고충을 호소하는데, 누가 무슨 내용으로 사무처에 문제를 제기해왔다고 그대로 문제의 협의회장한테 전달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복수의 협의회에서 일어났다.
사무처가 제대로 일을 하려면, 사무처장이 자리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고충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나아가 해외 협의회의 불협화음도 해소할 수 있다.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이 자긍심을 갖고 활동할 수 있게 된다. 그게 민주평통 본연의 모습일 것이다.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공석이다 보니 원래 5~6월로 예상했던 민주평통 미주지역회의도 9월로 미뤄졌다. 2년에 한 번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다. 9월 9일부터 12일까지로 추석 전주에 열린다.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등이 참여하는 유라시아지역대회는 12월 2일부터 5일까지 열린다. 해외에서도 각기 바쁜 시기다. 참석하는 해외 자문위원들에게 민폐를 끼치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민주평통 무용론이 그간 국내외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그런 가운데 사무처장까지 6개월째 공석으로 있다. 현 정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자리일까? 그런 인상까지 주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월드코리안신문 / 이종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