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지역 한글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 주역들이 탄생했다.
지난 9월 28일 토요일, 워싱턴주 어번 소재 시애틀중앙교회에서 열린 제20회 뿌리문학신인상 시상식은 120여 명의 문학 애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서북미 문인협회(회장 김미선, 이사장 심갑섭)가 주최하고 시애틀 총영사관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한글문학의 저변 확대와 신인 작가 발굴이라는 뜻깊은 목적을 달성하며 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문학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공모전에는 교수, 목회자, 간호사, 학생, 자영업자 등 다양한 직종의 참가자들이 90여 편의 작품을 응모했다. 이는 서북미 지역의 탄탄한 문학 기반을 입증하는 결과로, 시와 수필 부문에서 지금까지 총 96명의 작가를 배출하며 한글문학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시상식은 시애틀총영사관의 박경호 영사와 페더럴웨이 통합한국학교 박영민 이사장의 축사로 시작되었다. 이어 김미선 회장은 환영사에서 “오늘의 수상자들이 자신을 인재로 인식하고, 어제의 자신과 경쟁하며 객관적인 비평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귀한 문학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며 “한글문학의 가치를 다음 세대로 함께 이어가자”고 권면했다.
이번 공모전의 수상작은 다음과 같다:
△ 시 부문
– 우수상: 김명주 <의자>
– 가작: 류성현 <엄니 텃밭>, 송경희 <바다를 만나러 떠난 가장 길고 아름다운 강>
– 장려상: 김정아 <빈 수레>, 김양수 <낭만에 대하여>, 윤각춘 <말없이…>
△ 수필 부문
– 우수상: 서천숙 <물은 소리 없이 흐른다>
– 가작: 김정아 <마흔에 바라보는 죽음에 대한 고찰>, 이명숙 <긍정의 뺄셈>
– 장려상: 강쥴리 <별 하나, 나 하나>
△ 시조 부문
– 당선: 서천숙 <이별의 송가>, 배유나 <아부지>
– 장려상: 서미석 <은밀한 방>
△ 디카시 부문
– 장려상: 류성현 <내 짝꿍>, 박용훈 <캔버스>, 김마틸다 <금빛>
아쉽게도 단편소설과 번역 부문에서는 당선작을 내지 못했다.
심사위원들의 평가도 주목할 만했다. 한국 디카시인협회장 김송회 시인은 “응모한 모든 작품들이 신박한 사진과 단단한 시어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어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확신했다”고 평했다. 시조 부문을 심사한 김성교 시인은 “평시조의 구조적 완성도와 연시조의 연속성, 자연스러운 시상의 흐름”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한국의 여국현 시인은 시 부문에서 “예년보다 주제와 언어가 젊어지고 개성이 드러났다”고 평가하면서도 “감각적인 표현에 비해 단단한 압축이 더 필요한 부분이 아쉽다”고 조언했다. 수필 부문에 대해서는 “깊은 사색과 인상적인 성찰의 과정”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이번 신인상에서는 특별상도 주목받았다. 서북미 한국학교협의회 학예대회 대상 수상자 이아린 학생과 아시아태평양문화센터 추석행사 영어시조대회 장원 정나래 학생에게 ‘미래작가상’이 수여되었다. 또한, 한글 학습에 정진한 외국인들을 위한 ‘한글상’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오레곤에서 한글을 공부하고 있는 세 명이 선정되었다. 그 중 Harriet Field는 유창한 한국어로 소감을 동영상으로 전해 큰 호응을 얻었다.
협회는 또한 내년 구순을 맞아 두 번째 시집을 낸 성옥순 작가에게 그동안의 성실한 작품활동과 협회 문학대학에서의 모범적인 모습에 감사하며 특별상을 수여했다.
시상식은 소프라노 권수현 성악가의 축하공연으로 더욱 빛났다. ‘아름다운 나라’와 오페라 <박쥐>의 ‘나의 후작님’ 등을 선보여 참석자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3부 순서에서는 ‘강 건너 봄이 오듯’이라는 앙코르 곡으로 신인상 작품발표회의 문을 열었다.
작년도 수상자인 박순실 작가는 “작가는 하늘처럼 바람처럼 자유로워야 하며 그것은 의무와 같다”고 말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이어진 신인작가들의 작품 낭송으로 행사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해 신인작가들에게는 한글과 영어로 된 신인작품집이 기념으로 제공되었으며, 참석자들에게는 환경을 고려해 eBook으로 신인작가들의 작품집을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제20회를 맞은 뿌리문학신인상은 서북미 지역 한글문학의 발전과 새로운 인재 발굴이라는 뜻깊은 역할을 계속해서 수행하고 있다. 이번 행사를 통해 탄생한 16명의 신인작가들이 앞으로 어떤 작품 세계를 펼쳐나갈지, 그리고 이들이 한글문학의 미래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출처 : 시애틀코리안데일리(http://www.seattlek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