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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정체성, 미국에서 어떻게 빛나게 할 것인가” – UW 한인학생회 첫 커리어 심포지엄 성료

벤처캐피털부터 우주비행사까지, 각계각층 한국계 전문가들의 생생한 경험담 공유

Evoto

워싱턴대학교(UW) 한인학생회(KSA)가 지난 2월 27일 첫 ‘한미 커리어 심포지엄’을 HUB 211 사우스 볼룸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서은지 주시애틀 총영사를 비롯해 벤처캐피털, 법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우주 분야의 저명한 한국계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여해 자신의 경력 경로와 한국계 정체성이 직업 세계에 미친 영향에 대해 생생한 경험을 공유했다.

행사는 박준서 UW 한인학생회장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박 회장은 “한인학생회는 미국 내 최대 규모의 한인학생회 중 하나로, 문화적 인식 증진과 한국 전통 공유, 회원들의 전문적 발전을 지원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특히 한미 풀뿌리 회의(KAGC) 주최 전국 유권자 등록 챌린지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정치적 참여에서도 앞장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한인팀(Korean Team)을 신설해 한국계 학생들의 전문성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라이프플러스 한화 파이낸스 컨퍼런스와 KAGC U-리더십 서밋에 대표단을 파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2025년 봄 학기에는 회원 2명에게 연구, 해외 학습, 프로젝트 등을 위한 장학금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은지 주시애틀 총영사는 환영사에서 “한미동맹은 단순한 안보 협력을 넘어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했다”며 “반도체, AI, 바이오기술, 양자컴퓨팅, 우주, 사이버보안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 총영사는 “1953년 전쟁 직후 한국의 1인당 소득은 67달러에 불과했으나 현재 3만 7670달러로 562배 증가했으며, 한미 FTA 체결 이후 양국 간 무역은 98%, 투자는 203%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3년간 한국은 미국에 1000억 달러를 투자했고, 지난해에는 미국 내 최대 투자국이 되었다”며 “한국 기업들은 미국에서 47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외국 투자자 중 가장 높은 연봉(평균 10만 4000달러)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 총영사는 이러한 양국 관계 발전의 원동력으로 260만 명의 한인 커뮤니티를 꼽으며, 앤디 김 의원, 티모시 황 피스컬노트 CEO, 에드워드 리 셰프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인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서 총영사는 “성공은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 어떤 전공을 선택했는지, 졸업 후 어떤 직업을 얻었는지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며 “여러분이 어디로 가든 더 큰 무언가의 일부, 즉 성장하고 강력한 한인 커뮤니티의 일원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서카노 매니지먼트의 파트너이자 벤처캐피털 부문 공동 책임자인 최YB는 자신의 경력 경로를 공유하며 “성장은 항상 직선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엔지니어링과 경영 시스템을 공부한 후 뉴욕에서 투자은행가로 일했으며, 2005년 시애틀로 돌아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지적재산권 인수 및 투자 그룹에서 일했다. 이후 2008년 폴 앨런의 벌칸 캐피털에 합류했고, 현재는 서카노 매니지먼트의 파트너로 있다.

최YB는 “단기적인 어려움에 흔들리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며 주식 차트를 예로 들었다. “3개월간의 하락 추세가 5년간의 성공적인 투자를 정의하지 않는다”며 “경력도 마찬가지로, 3년, 5년, 10년 후 어디에 있고 싶은지 항상 알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한 인재 발굴 원칙도 공유했다. “철저한 조사와 준비, 팀워크, 아이디어보다 실행력, 그리고 미래 트렌드를 예측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이는 경력 개발에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특히 “완벽한 회사와 직무를 찾았다고 해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패널 토론에서 최YB는 한국계 정체성이 경력에 미친 영향에 대해 “초기 경력에서 큰 어려움이었다”고 고백했다. “한국계 미국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겸손함과 존경심을 가지고 자랐지만, 직장에서는 그것을 어느 정도 벗어던져야 한다”며 “자신을 옹호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젊어 보이는 것은 복합적인 축복”이라며 “회의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당신의 상사도 올 건가요?’라고 물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농담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그들이 당신을 어떻게 보는지를 보여준다”며 “이런 상황에서 과잉보상하려는 유혹이 있지만, 자신다워야 하고 동시에 대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레 법률그룹의 셰릴 리 변호사는 “인생의 전환점을 잘 살려내기”라는 주제로 다양한 경력 경험을 공유했다. UW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녀는 보잉에서 엔지니어로 일했고, 쇼어라인 시의회 의원으로 지역 정치에 참여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한 후 47세에 로스쿨에 입학해 변호사가 되었다.

리 변호사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은 정말 많은 일을 했다’고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대체 뭐가 되고 싶은 거냐’고 물을 수도 있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그녀는 한국어 능력이 경력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아버지가 집에서 한국어를 강요했고, 여름방학 때는 한국어로 글을 쓰게 했다”며 “당시에는 부모님이 너무 엄하다고 생각했지만, 보잉에서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과 일할 때 한국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리 변호사가 47세에 로스쿨에 입학한 것에 대해 그녀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꿈이 변호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며 “아버지의 죽음 이후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했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에 대한 관심을 언급하며 “2015년에 북한을 방문했고, 한국어와 영어를 모두 구사하는 미국 시민으로서 북한에 기회가 열리면 법률 배경을 가지고 들어가 변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강조한 리 변호사는 워싱턴 주 대법원 판사 메리 유와의 인연이 스티브 발머와 그의 아내의 사내 변호사가 되는 기회로 이어진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 “로스쿨 졸업 후 판사님께 커피를 함께 할 수 있냐고 물었다”며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법원 판사에게 그런 요청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하지만, 과감하게 물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녀는 로스쿨 졸업 후 약 55명의 법률 회사 시니어 파트너들과 커피 미팅을 통해 네트워크를 확장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창발소사이어티 회장인 안혜선 씨는 자신의 경력 전환 경험을 공유했다. 한국의 성신여대에서 국어국문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그녀는 게임 마케터로 일하다가 30세에 사직하고 세계 여행을 떠났다. 이후 캐나다로 이민을 가 컴퓨터 과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안 씨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UBC)에서 컴퓨터 과학을 공부하며 겪은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에 대해 이야기했다. “매번 수업에 들어갈 때마다 패배감을 느꼈다”며 “똑똑한 학생들에 둘러싸여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유일한 사람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는 척(fake it till you make it)’이라는 전략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코딩에 능숙하지 않았지만 능숙한 것처럼 행동했고, 수학에 능숙하지 않았지만 수학 천재인 척했으며, 영어가 완벽하지 않았지만 유창한 것처럼 행동했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그녀는 가장 두려워하던 과목의 조교가 되었고, 해커톤에 참가해 여러 상을 수상하며 자신감을 쌓아갔다.

패널 토론에서 안 씨는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경험한 문화적 차이를 설명했다. “수학 시험에서 80점을 받았을 때, 저는 충분히 좋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주변 미국 학생들은 65-70점을 받고도 자랑스러워하더군요. 그들은 제가 수학 천재라고 생각했죠.” 그녀는 이 경험을 통해 한국 문화에서의 겸손함과 미국 문화의 자신감 표현 방식의 차이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안 씨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팀즈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며, 시애틀 기반의 한인 IT 전문가 비영리 단체인 창발(Changbal)의 회장을 맡고 있다. 그녀는 “창발은 기술 산업에서 활동하는 한국인들이 지식을 교환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1,800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참여를 권장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자 현재 박사인 이소연 씨는 자신의 여정과 우주 경험에서 얻은 통찰력을 공유했다. 그녀는 먼저 자신이 현재 구직 중이며 경력 전환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지난해 말 전 직장을 사직하고 갭이어를 갖고 있다”며 “방향을 찾기 위해서는 일단 멈춰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자신이 우주인이 된 과정도 공유했다. KAIS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녀는 우연히 한국 최초의 우주인 선발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3만 6천 명이 지원했고, 최종 후보가 될 확률은 0에 가까웠다”며 “그래서 ‘최종 300명에 들자’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그녀는 우주에서 본 지구의 모습을 통해 깨달은 점을 공유했다. “우주에서 본 한반도의 야경은 남북한의 뚜렷한 경계를 보여준다”며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가 이웃할 때 국경이 분명하게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어디에서 태어날지 선택할 수 없다”며 “한국의 남쪽에서 태어난 것도, 타코마에서 태어난 것도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우연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불평하기보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언가에 대해 불평한다는 것은 당신이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라며 “당신이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고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친구들이 좋은 회사에 가더라도 그들을 따라가지 말라. 당신에게 맞지 않으면 괴로울 뿐”이라며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샘 조 시애틀항만 커미셔너의 사회로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는 네트워킹과 멘토십의 중요성, 그리고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경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가 이어졌다.

최YB는 “네트워킹에 있어 거래적이지 않아야 한다”며 “가치를 먼저 제공하고, 열정과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한인 커뮤니티에만 머물지 말고 더 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혜선 씨는 LinkedIn을 활용한 실용적인 네트워킹 방법을 제안했다. “메시지를 보낼 때는 단순한 템플릿이 아니라 왜 연락했는지 분명히 보여주세요. 연결고리나 만난 경험 등을 공유하면 커피챗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셰릴 리 변호사는 “멘토는 여러분에게 다가오지 않는다”며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심지어 로스쿨 졸업 후에도 55명의 로펌 시니어 파트너나 관리 이사들과 커피를 마셨다”며 적극적인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패널리스트들은 마지막으로 한 문장으로 학생들에게 조언을 전했다. 셰릴 리는 “목표에 목적을 가지세요”, 안혜선은 “주도적이 되고 자신을 표현하세요”, 최YB는 “더 열심히 일하고, 돈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으며, 이 모든 것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지나갑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심포지엄 행사를 기획한 박 회장은 15세에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1.5세대로, 워싱턴주 Maple Valley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UW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현재 워싱턴 대학교(UW) 본과 3학년에 재학 중이며 학생회는 300명 규모로, 유학생, 이민 1.2세대, 그리고 한국문화에 관심 있는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박회장은 본보와 인터뷰에서 “한인 인구가 적은 작은 도시에서 자라면서 이민자로서 미국사회 적응의 어려움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가족 외에는 아는 이가 없다는 막막함이 컸죠.”

대학 입학 후 시애틀로 이사하면서 더 많은 한인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고, 한인학생회장이 되어 영사관을 통해 다양한 한인 리더들과 교류할 기회를 얻었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많은 한인 리더분들이 차세대 한인 리더 양성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인학생회장으로서 제 역할은 기성세대 한인 리더와 차세대 리더인 학생들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회장은 향후 시애틀 지역 전체 학생들과 한인 리더들을 연결하는 장기적인 멘토십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현재 시애틀 한국교육원과 이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 중이며, 졸업 전에 이 계획을 실현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다양한 세대의 한인 공동체 결속을 강화하고, 학생들이 각자의 꿈을 펼치는 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한인단체와 커뮤니티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번 심포지엄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전문가들의 생생한 경험과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했으며, 학생들에게 경력 개발과 정체성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선사했다. 한인학생회는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한인 학생들의 전문성 개발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출처 : 시애틀코리안데일리(http://www.seattlek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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