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중견작가 ‘한혜영’ 시인, 제2회 선경작가상 수상

'겨울을 잃고 나는' 등 6편 수상작 선정... "신선한 상상력과 깊이 있는 시적 시선" 호평

시애틀에서 활동하는 재미동포 한혜영(71) 시인이 ‘제2회 선경작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선경작가상 운영위원회와 시 전문지 ‘상상인’은 최근 심사를 거쳐 한 시인의 ‘겨울을 잃고 나는’ 등 6편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선경작가상은 문장을 지키는 작가의 영역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지난해 제정됐다. 상상인과 선경작가상 운영위원회가 주관하고 선경산업이 주최하며, 수상자에게는 5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이번 심사에는 이성혁 문학평론가와 이병률 시인이 참여했다. 심사위원들은 “한혜영 시인의 작품은 신선한 상상력과 깊이 있는 시적 시선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동물들과 식물들, 사물들의 세계에 자유자재로 융합하며 시를 생성해내는 시인의 시적 능력이 돋보였다”고 언급했다.

또한 심사평에서는 “삶의 다양한 양상을 투시하여 그 깊은 곳까지 드러내며 서정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며 “우리가 사는 당대 사회의 문제를 파헤치고 드러내려는 성실함도 응모작에 대한 신뢰감을 더해주었다”고 밝혔다.

한혜영 시인은 1989년 잡지 ‘아동문학연구’ 봄호에 동시조로 등단했으며, 1994년 ‘현대시학’과 1996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30여 년간 시와 동시를 함께 써온 한 시인은 시집 ‘태평양을 다리는 세탁소’, ‘뱀 잡는 여자’, ‘올랜도 간다’, ‘검정사과농장’ 등 4권과 동시집 4권, 시조집 2권, 장편소설 1권, 장편 동화 11권 등 총 22권의 책을 펴냈다.

그동안 추강해외문학상 신인상(1997), 미주문학상(2006), 동주해외작가상(2020), 해외풀꽃시인상(2021) 등을 수상한 바 있는 한 시인은 이번 선경작가상 수상을 기념해 새 시집 ‘맨드라미 붉은 마당을 맨발로’를 발간할 예정이다.

수상 소감에서 한 시인은 “피트니스센터에서 돌아올 때면 마운틴 레이니어가 보입니다. 시애틀 인근이면 어디서나 보인다는, 산봉우리에는 사철 눈이 쌓여있습니다”라며 시애틀에서의 일상을 시적으로 표현했다. 이어 “3년을 준비하고도 내심 마음을 접고 있었는데 수상이라니요”라며 기쁨을 나타냈다.

또한 “동시대에 같은 별에서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눈물겨운 인연인지요. 한세상 살다가는 일에 있어 사람만 한 위로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라고 말하며 문학을 통한 소통과 위로의 의미를 강조했다.

선경작가상 심사 과정에 대해 이성혁 심사위원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선경작가상’에 많은 분이 응모하셨다”며 “본심에 올라온 작품집은 13편이었고, 모두 시에 대한 열정과 뛰어난 시적 기량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에 최종심에 올릴 작품을 고르는 데 고심해야 했다”고 전했다.

최종심에서는 이병률 시인과 이성혁 평론가가 각각 3편의 작품집을 추천했으며, 두 심사위원이 공통으로 추천한 ‘겨울을 잃고 나는’이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최종심에 올라온 작품집들은 모두 남다른 시적 개성을 보여주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7일 오후 3시 인천광역시 계양구 소재 선경산업 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수상작과 심사평은 2024년 ‘상상인’ 겨울호(제10호)에 특집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문학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작가들의 문학적 성취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의미 있는 수상”이라며 “한혜영 시인의 수상을 계기로 재외동포 문학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선경작가상 운영위원회는 “앞으로도 문학의 발전과 작가들의 창작 의욕 고취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 수상 소감

지구별의 인연들에게

피트니스 센터에서 돌아올 때면 마운틴 레이니어가 보입니다. 시애틀 인근이면 어디서나 보인다는, 산봉우리에는 사철 눈이 쌓여 있습니다.

새들은 붉어지기 시작한 단풍잎을 콩콩 짓밟습니다. 무수하게 나 있는 길. 한 장의 낙엽에는 어떤 운명이 손금처럼 쥐어져 있을까요?

날이 조금 더 환해지고 비둘기들이 지상으로 내려옵니다. 뒤뚱거리며 걷는 것이 재미있어 몇 걸음 흉내 내다가 숙연해집니다. 나 역시 뒤뚱거리며 한 생을 살았구나, 싶어서요. 먹이를 구하는 일이라든지 시를 구하는 일이 다 그렇듯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우체국 앞을 지날 때면 그리운 사람들에게 손편지를 쓰거나 따뜻한 털목도리를 짜서 부치고 싶습니다. 동시대에 같은 별에서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눈물겨운 인연인지요. 한 세상 살다가는 일에 있어 사람만 한 위로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살아 있기에 기쁘고 반가운 소식을 접합니다. 3년을 준비하고도 내심 마음을 접고 있었는데 수상이라니요. 심사를 맡아 주신 이성혁 선생님과 이병률 선생님, 선경작가상을 위해 수고해 주신 이승예 운영위원장님과 진혜진 상상인 대표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 또한 귀한 인연으로 품으며, 지구별에서 만난 내 아름다운 인연들과 수상의 기쁨을 나누겠습니다.

2024년 겨울 미국 워싱턴 주에서 한혜영

출처 : 시애틀코리안데일리(http://www.seattlek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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