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10일, 시애틀 공공도서관 중앙관에서 한국문학 번역의 거장 브루스 풀턴(Bruce Fulton)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교수의 특별 강연이 개최된다. 이번 강연은 그가 편집을 맡은 ‘펭귄 한국 단편소설선(The Penguin Book of Korean Short Stories)’을 주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세계적인 출판사 펭귄의 이름을 달고 출간된 이번 소설선은 한국 근현대 100년의 역사적 궤적을 따라가는 문학적 여정이다. 일제강점기부터 남북분단, 한국전쟁을 거쳐 급격한 도시화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의 격변기를 생생하게 담아낸 단편소설들을 한 권에 집대성했다.
풀턴 교수는 “달빛 아래 행상인과 당나귀가 들판을 건너는 모습부터 1920년대 서울 찻집에서 토론하는 예술가들, 전쟁 속 생존을 위해 싸우는 군인들, 그리고 현대 도시에서 외로움과 씨름하는 이들의 이야기까지 한국 단편소설은 시대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해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설선에는 한국 문학계를 대표하는 중견 작가들부터 새로운 문학적 실험을 시도하는 젊은 작가들까지 폭넓게 수록됐다.
1931년생인 박완서 작가는 한국전쟁 이후의 사회상과 여성의 삶을 날카롭게 그려낸 작품들로 유명하다. 『나목』, 『엄마의 말뚝』 등을 통해 전쟁의 상처와 여성의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1947년생 오정희 작가는 섬세하고 시적인 문체로 여성의 내면 심리를 탐구해왔다. 『중국인 거리』, 『동경』 등의 작품을 통해 한국 현대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43년생 조정래 작가는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한국 현대사를 서사적으로 풀어낸 대하소설로 명성을 얻었다. 그의 작품은 한국 사회의 역사적 흐름을 이해하는 중요한 문학적 증언으로 여겨진다.
현대 작가진의 면면도 주목할 만하다. 1972년생 편혜영 작가는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현대인의 소외를 다룬 『재와 빨강』, 『저녁의 구애』 등을 통해 독특한 문학 세계를 구축했다.
1982년생 한유주 작가는 『불가능한 동화』 등 실험적이고 메타적인 글쓰기로 주목받는 젊은 작가다. 전통적인 서사의 틀을 깨는 그의 작품은 한국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1980년생 김애란 작가는 『달려라, 아비』, 『두근두근 내 인생』 등을 통해 20대의 삶과 정서를 섬세하게 포착하며 젊은 세대의 공감을 얻고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한국문학·문학번역학과 영빈민 석좌교수인 풀턴 교수는 지난 40년간 이러한 한국문학 작품들을 영어로 번역해왔다. 그의 번역 작업은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강연은 시애틀 문학도시 프로그램과 시애틀 공공도서관이 공동 주최하며, 오후 7시부터 8시 30분까지 90분간 진행된다. 행사장은 오후 6시 30분부터 개방되며, 전 연령이 참석 가능하다.
시애틀 문학도시 관계자는 “이번 강연은 한국문학의 깊이와 다양성을 영미권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소중한 자리가 될 것”이라며 “특히 한국계 미국인들에게는 자신들의 문화적 뿌리를 재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풀턴 교수는 “한국 단편소설은 독자들을 놀라게 하고, 불편하게 하며, 때로는 기쁨을 선사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며 “이번 소설선이 한국문학을 이해하는 필수적인 입문서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행사 참석을 원하는 시민들은 이벤트브라이트(Eventbrite)를 통해 사전 등록이 가능하며, 도서관 주차장 이용 시 별도 요금이 부과된다.
출처 : 시애틀코리안데일리(http://www.seattlekdaily.com)